한국은 벌써부터 더위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뉴욕은 한발짝 늦어, 이제 발버둥 치던 꽃샘 추위가 가시고 적당히 따뜻한 날씨가 도래했습니다.ㅎㅎ
요런 날씨에는 도시락 싸서 어디론가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생겨나는데,
딱 이맘쯔음 되면 지인들이 "아~ 좋겠다~ 나도 샌드위치 싸서 센트럴 파크 가서 누워서 먹고싶다!"
"뉴욕 잔디밭에 누워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
라는 등의 부러움과 시기(?)를 한몫에 받는 때랍니다.
^^; ㅎㅎ 하지만 실제로 뉴욕에서 몇년간 거주해본 결과, 영화나 드라마에서 처럼
잔디밭에 막~ 눕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일쑤인데요, 오늘은 뉴욕 잔디밭의 실태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주말에 다녀왔던 벚꽃 축제입니다.
말 그대로 수만명의 뉴요커들이 벚꽃 밑에서 맥주 한잔 마시고, 쉬기도 하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우글 우글 거리는데 요런 자유로운 풍경이 바로
"뉴요커"의 분위기 인가요?ㅎㅎ 따사로운 햇빛에 다들 즐거운 표정인데,
사진 중간에 찍히신 뉴요커의 표정이 영 어정쩡 하네요.ㅎㅎ 다들 뭔가 깔고 앉아 계신데, 잔디밭에 그냥 앉은 이 팀의 표정이
어정쩡한 이유, 그 이유는 저희 팀도 경험하게 되었는데요 ㅠㅠ
바로 엉덩이가 축축해 지기 때문입니다. ㅠㅠ
이 시각은 오후 2시로 이슬이 내려 엉덩이가 축축한 그런 시각이 아니랍니다.
정오를 지나 해가 쨍 떠있는 요런 뜨거운 햇살에도 잔디가 축축한데요,
이 이유는 바로 "스프링 쿨러" 때문입니다.
스프링 쿨러는 우리나라에서 잘쓰지 않는 물건인데 미드같은걸 유심히 보셨으면
새벽에 몰래 집에 들어오다가 물벼락 맞고 막 소리지르는 코미디 장면같은거 한번쯤 보셨을꺼에요.
그 날벼락이 바로 이 스프링쿨러인데
정해진 시간마다 자동으로 칙칙칙칙-소리를 내면서 잔디에 물을 골고루 뿌려주는 물건이랍니다.
그리고 잔디를 위한 농약등도 미량으로 섞어 뿌리는 기능도 있기에, 우리 피부에 어떤 반응을 이르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편한데 비해서 물낭비 때문에 최근 스프링쿨러 사용이 많이 줄고 있어요. 약 하루에 2~3번 까지 물이 나온다니 앉을때마다 잔디의 촉촉함을 느낀답니다. ㅠㅠ 덕분에 엉덩이는 지못미..
뿐만 아니라 잔디밭에 무턱대고 벌러덩 앉으면 정말 봉변을 보게 되는데요,
이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마치 X같은 덩어리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다람쥐나 청솔모 처럼 작은 동물들의 변이라고 하기엔 조금 길고 큰데다가,
잔디밭에 거의 하나 건더 한무더기 있는게
얘네들이 단체로 맘먹고 변을 보러오지 않는 이상은 조금 불가능해 보입니다.
또한 전철역이나 버스등에도 붙어 있을 정도로, "차조심" 경고문 보다 더 자주 보이는
"쥐 주의" 경고문에 나온 쥐들이 잔디 밭에 응가를 한건가요?
실제로 뉴욕 쥐들이 잔디 밭등에 응가 밑 쉬로 인해 몇몇 아기들이나 상처에 닿아 병균이 감연된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쥐들은 어둡고 축축한데를 좋아해, 해가 쨍하고 사람들이 거의 항상 우글 거리는 야외 잔디 밭 보단
주로 전철역이나 지하도로에서 서식한다고 하니 수많은 X밭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그럼 애견을 사랑하는 뉴요커들의 애완동물의 X일까요?
수목원이나 커피숍까지, 애완견 금지 푯말을 찾는 것이 아주 드문 이곳 미국은
그만큼 애완견의 주인들이 신경을 써서 관리를 한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애완견과 함께 누릴수 있는 자유가 커진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 덕분에 몰상식한 주인 말고는 다들 손에 비닐 봉지를 가지고 다니는데,
애완견의 배변을 처리 안할경우 그 자리에서 경찰이 볼 경우 벌금을 내야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완견의 응가도 아니란 말인데!
대체 이것의 주인공은..
바로 캐나다 거위 입니다. 오리의 한 3배 정도 되는 크기로 단체 무리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특성의
캐나다 거위는 겨울철부터 날이 더워질때까지 가까운 뉴욕이나 따뜻한 플로리다등으로 날아와,
서식하다가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는 철새입니다.
이 거대한 몸의 캐나다 거위는 말 그대로 단체로 응가도 정말 가릴곳 없이 쌉니다.
한번 뉴스 기사에서, 뉴욕의 업스테이트 쪽에 이 캐나다 거위의 X를 치우는 일에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고민하고 문제거리가
되었다고 이슈가 된 적이 있을만큼 그 양이 어마어마 하답니다.
덕분에 뉴욕의 아름다운 센트럴 파크나 수목원들도 이를 피해 갈 수 없는 실정입니다.
특히 최근 캐나다 거위가 사람들이 먹는 음식까지 휴지통등을 통해 섭취하는 만큼 그들의 응가에는 약 2만마리의 박테리아가
발견된다는 뉴욕 주립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ㅠㅠ 이중 사람한테 영향을 끼칠 만한것은 아주 극소량이라고 하지만,
일단 위생적으로 응가 위해 눕는 건 별로 로맨틱한 뉴요커 스타일~ 이 아닌것 같죠^^?
저도 요즘엔 한국에서 소풍갈때면 어머니가 꼭 챙겨주시던 돗자리 처럼 뉴욕에서
자그마하고 오래된 담요나 천등을 들고 가서 깔고, 야외 생활을 즐긴답니다.
여러분, 뉴욕의 잔디밭에 대한 환상이 조금은 깨지셨나요?ㅎㅎ
하지만 여전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센트럴 파크 하늘아래에서 책을 읽는 건
포기할수 없는 매력 인것 같습니다.
뉴욕에서 강기향 기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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