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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뉴욕

여름 휴가 어디까지 가봤니? 난 설탕공장으로 간다! 브룩클린 "Domino Sugar Refinery"

안녕하세요, 여러분!

뜨거운 매미소리가 울려퍼지는 여름, 잘 지내시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이곳 뉴욕도 쨍쨍 햇빛이 내리 쬐고 있는데요,

이렇게 더운 여름이면 정말 집에 콩 박혀있고 싶다가도 심심해서 최대한 안 더운 곳으로

놀러가고 싶은 욕구가 막 솓아요. 그러다보니, 항상 실내 중심의 문화 공간을 찾는데요!


뉴욕에는 다행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뉴요커들이 많은지,

각종 예술행사가 뜨겁답니다.


이곳의 뜨거운 행사 중에서도 뜨거운!

가장 Hot 한 전시회, 한번 보러 가시겠어요~



벌써 부터 북적 거리고 있습니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이곳, 겉에서 보기엔 평범한 빌딩이 아닌것 같아 보이죠?

럭셔리한 미술관과는 달라 보이는 이곳, 과연 어떤 전시를 하고 있는 걸까요?



뉴요커들이 이렇거 더운 여름에 땡볕에도 꿋꿋하게 나와서 줄을 서 기다리는 것을 보면

분명 Hot한~ 전시회는 확실한데 ^^

장소는 영 허름해 보이죠?


바로 제가 온 이 전시회는, 미국 도미노라는 설탕 브랜드로 유명한 공장에서 열리는 예술 전시회랍니다.



이 전시회는 뉴욕에서 가장 힙하고 유행에 빠르다는 멋쟁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인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 멋쟁이들이 많이 살기 시작한건 고작 요 근 십여년간, 많은 것들이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바뀌자, 자연스레 땅값은 올라가고

가난했던 브룩클린 주민들과 그 역사적 건물들은 지금 철거의 위기에 놓여 있는데요.


이 설탕공장도 마찬가지랍니다.



이 브룩클린 윌리엄스 버그의 설탕 공장은 뉴욕에 1856년에 세워진 첫 설탕 공장으로

19세기 뉴욕 항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던 곳입니다.

시민 전쟁이 끝나갈때 즈음엔 세계에서 가장 큰 설탕 공장이었기도 했는데요,

무려 4,0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과 3만톤에 이르는 설탕을 매일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미국인들 설탕량의 절반이 바로 이 도미노 설탕 공장에서 만들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런 역사적인 도미노 설탕 공장이,

올해 7월 중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 이유는, 점점더 윌리엄스버그가 인기 높은 지역으로 떠오르며

공장이 어려워지고 , 그 땅을 산 럭셔리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전격 재개발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뉴요커들은 일반인들에게 쉽게 공개 되지 않던

이 역사적인 설탕공장이 사라지기 전 그 내부와 역사를 만나보기 위해 발벗고 찾아 온 것이랍니다.


이 공장이 7월이 지나면 이제 그 형태도 볼 수 없게 끔, 사라지고

럭셔리한 빌딩으로 들어설 예정이라니... 한편으론 쓸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을 발벗고 나서 예술가들이 수많은 뉴요커들에게 보여주려는 노력과

뉴요커들 역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찾아와 문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아주 수준 높은 시민 의식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설탕 공장 내부는 유해한 독성 물질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입장 하기 전에는 무려 개인 서명도 해야하는데요,

공장 내에서 일하던 수많은 일꾼들과 노동자들은 어디로 갔는지 휑하기만 합니다.

벽에는 녹아내린 설탕들이 더덕 더덕 굳어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설탕공장이었다고 하는 만큼,

크고, 넓고, 시원합니다. 그리고 달짝지근한, 오래된 설탕냄새가 가득 베어 있는 공간입니다.



설탕을 정제하는 공간이었다고 지레짐작을 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이 모든 기계들은 실제 공장에서 사용하던 물건이었고,

이젠 그 작동을 멈추고 쉬고 있습니다.

손때 묻는 모습이 역사를 말해주는듯 합니다.



Kara Walker, 현대 예술사에서는 중요한 인물인데요,

뉴욕, 런던 등 세계적인 도시에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예술가입니다.

그녀는 미국계 흑인으로써 성별, 인종, 정체성, 폭력 등 사회적 문제의식을 자신의 예술품으로 표현하는

작가로 유명한데요, 이번 도미노 공장과 협업한 작품들은 이러한 그녀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로테스크 해보이는 이 설탕으로 만든 어린 아이 동상들은

점점 녹고 있었는데요, 그 이유는 우리가 먹고 있는 설탕들이 아프리카의 이런 작은 아이들 손에서

만들어 지고, 생산되어 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저렴한 가격으로 백설탕을 구매하지만,

그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런 어린 아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불편한 사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고통받고, 힘들고, 아무도 몰라줍니다.

그것을 표현 한듯 녹아내리는 아이들의 동상이 인상 깊은데요.





사실 우리가 모르는 척 지나온 이야기 일지도 모릅니다.

단지 내가 지금 편하기에, 즐겁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이런 불편한 사실에서 눈을 돌리는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소한 대도시 뉴욕 등에서라도 작게 나마 열린 이러한 전시회가

뉴요커들에게 '생각'이라는 기회와 함께 가슴에 인상을 남겼다면 조금이나마 변화의 물결을 일으킨건 아닐까요?





그리고 "Mammy". 아프리카의 여성이 스핑크스의 모습처럼 누워 있는 거대한

동상은 사람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무려 7톤의 설탕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7톤의 설탕은 도미노 설탕 공장에서

작가에게 무료로 기부하였다고 합니다.



주의 사항에 작품을 햝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있었을 정도로

달콤한 향이 배어 나옵니다. 진짜 설탕인지 먹어보고 싶어도, 참아야 해요!

어린 아이들이 장난으로 햝고 도망가고 하더라구요.




이 거대한 스핑크스 형태의 아프리카 여성들은,

어린 아이들과 같이 사탕수수 밭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싼값에 설탕을 팔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존재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고 받는 노동의 댓가는 하루 한끼 먹기 빠듯했다고 하는데요,

이 설탕을 가지고 여름철 휴가 레모네이드와 쿠키를 만들었던 뉴요커들에겐

더욱더 문제 의식을 던져 주는 듯 합니다.




마치 공장 내부에 불편한 모양으로 엎드리고 있는 듯한 이 동상은

흑인 여성을 흰 설탕으로 표현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노예를 표현하기도 했다네요.

우리는 지금 옛날 처럼 집에서 노예를 부리고 있진 않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노동력과 삶의 기본적인 부분 조차 우리의 편안을 위해 희생당하고 있는 이들을

노예 아닌 노예로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진지한 내용의 전시회 였지만 서도

거대한 크기의 전시장과 작품에 놀라고, 그 분위기에 압도되고, 뉴요커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과 토론을 하는 장이 열림으로써 무척이나 재미있었던 하루 였답니다.



이렇게 북적거리는 뉴요커들은 한참을 전시회 장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듯 했습니다.

작가가 인종과 성별을 뛰어 넘는 이었던것 처럼, 이곳에 방문한 많은 사람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고 생각 또한

저마다 달랐습니다. 나아가, 사라지는 설탕공장이라는 장소와 어울리는 '달콤한' 전시회 였구요.


여름 휴가, 멀리 해외나 바닷가로 못가서 섭섭하시다구요?

천만에 말씀, 조금만 눈을 돌리면 가까운 근처에 분명 지역의 역사와 특색을 잘 살린 관광지가 있을 거에요.

그곳에 한번 방문해, 여름철 문화 예술생활 한번 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뉴욕에서 강기향 이었습니다.